2010/05/20 17:10




    아네스의 노래

                                                  양미자(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 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어흥:)
2008/10/25 15:24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걸요?
돌리세요,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 술래
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쥐불놀이 ---겨울 版畵5
-기형도-



2004.11.18

----------------------------------

사랑을 목발질 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이부분에 목이 콱 막혔었지,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사랑에 자신없어 하는 시인의 모습이 
그때의 나와 비슷했었어. 공감이랄까.
연애라, 시인은 그 누군가를 잘 찾았을까?





참고로
아가씨는 불이 무서워요 
오늘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Posted by 어흥:)
2008/10/25 14:56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그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2004.11.18


-------------------------------------------------------------------------------------------------


기형도를 처음 알게 된 시, 2004년경의 어느날 퇴근후 언제나 그렇듯 영풍문고로 넘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한국시 코너에서 처음 발견했다.

입속의 검은 잎,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과 영화를 고를때 제목에 집착한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그냥 주저 않고 선택하는 편이다. 그렇게 해서 좋았던 경우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헌데 기형도의 경우 굉장히 성공한 경우이고, 이런 숨겨진 발견의 기쁨 때문에 제목에 대한 집착은 오늘도 여전한가보다.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은, 내가 아는 시들의 모습과 다른 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입과 잎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것과  시자체의 분위기.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는 것은 어렴풋 느낄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몰랐다. 시가 518을 배경으로 한 것인지는 검색으로 알았고, 2004년 나는 시에서 나오는 '그'를 박정희로 해석을 했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지금도 맞는지 틀렸는지 잘은 모른다. 나는 국어와 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국어와 문학에 대한 공부는 고등학교 이후 졸업을 한 상태이다. 
시를 접했을 무렵 간혹 들려 수다를 떨던 세이클럽 문학채널에서는 기형도가 죽었기 때문에 유명해졌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아해들이 있었다. 내가 기형도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난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다. 얼마전에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아해도 간혹 있더라.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라. 처음 기형도를 발견했을때 그는 한국시 한켠에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기형도가 어둡기만 하다는 말은
하루중 낮과 밤중에 밤이 없다고,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 그림자가 없다고?
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기형도는 입속의 검은 잎 외에도 좋은시가 많다.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자살을 했느니 마느니, 씨니컬이 전부니 하면서
기형도 까지마라,

네가 누구던,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시에 관심을 갖게 한적이 있었나?



...



Posted by 어흥:)
2008/10/22 21:02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나무  -천상병-

-------------------------------------------------------------------------------------------

2004.04.27


난 나무를 꿈이라고 해석했었지.
그렇게 다가왔어 이 시는. 물론 틀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시라는 것은, 시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나름이라고 본다.


모두다 내 꿈을 죽은 꿈이라고 해도
나는 죽은 꿈은 아니라고 했어.
그날밤 나는 꿈을꾸었지
무럭무럭 자라 나가는 내 꿈들을 보았어.

나는 다시 사람들에게 말했어
내꿈은 죽은 꿈이 아니라고 말이야.





Posted by 어흥:)
2008/10/22 20:56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자화상 -윤동주-


-------------------------------------------


2004.01.06

미웠다가, 가엾다가, 그리웠다가를 반복하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
미웠다가도, 가엾다가도, 그리웠다가도 말이지.

가을이었구나,
윤동주도 가을 탔나,

이런 멋진 시를 쓴 사람이라면
좀더, 자기 자신을 괜찮게 표현해도 좋았을꺼야
물론 이런 것이 남겨질 것을 예상하고 쓰진 않았을테지만

멋지다가, 대단하다가, 부럽다가
라고 할께요 나는

윤동주 최고.



 
Posted by 어흥:)
2008/10/22 20:48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천상병-



---------------------------------------------------------



2003.10.27 포스팅,
시인은 소풍끝내고, 잘 돌아갔을까?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Posted by 어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