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05 13:39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나머지 다른 이들 다 제쳐두고 오직 이 한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가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나 여기에 없었던 걸까요?
모든 시간을 가로질러 왜 하필 지금일까요?
모든 수평선을 뛰어넘어 어째서 여기까지 왔을까요?
무엇 때문에 천인(天人)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아닌 걸까요?
무슨 사연으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성난 강아지 처럼.



문장의 시배달, 좋아서 타이핑.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촉은 감지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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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
2010/06/10 17:38

 

 타오르는 촛불 아래서 나는 약혼자에게 편지를 쓰다말고 신경쇠약에
시달리는 카프카가 되었습니다

 쭉정이 같은 모습으로 늙어갔을 사내 그러나 그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을 만큼 나는 재능 있고 병들고 고단한 사내입니다 

 참았던 숨을 길게 내쉬면 마음에 작고 따듯한 구멍이 생겨
 톱 연주를 듣는 밤은 나의 초라한 모양이 싫지가 않습니다

 숨가쁘게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작년 가을에는 꿈속에서 일곱명의 남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도 경찰에 쫓기는 몸이지만 사랑하는 약혼자와 노모 때문
에 자수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꿈을 자주 꿉니다

 사람들에게 변신을 내가 썼다고 말했습니다
 안개와 어둠뿐인 성 주 변을 맴돌며 오늘도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
 (누가 진실을 알고 있습니까 왜 아무도 나를 이곳에서 끌어내지 못합
니까)
 어머니는 민들레 잎을 먹으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라 말하지만
 외할머니도 위암으로 죽었고 어머니도 위암으로 죽어가고 나 역시 배를
움켜쥐고 죽게 될 것입니다

약혼자는 건강한 여성이어서 세상 모르고 잠을 자고 있겠지요

 사랑하는 나의 피앙세, 그녀는 꿈에도 내가 카프카라는 사실을 모
르겠지만
 그녀와 내가 백발이 되도록 함께 심판을 받을 수만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내가 그녀의 여덟 번째 약혼자라는 사실도 내가 그녀의 마지막 남
자가 될 수 없을 거라는 절망적인 충고도 그녀를 향한 나의 마음을
되돌리지는 못합니다

 오래도록 숨을 참고 있으면 마음에 작은 구멍이 닫히고 
 나는 카프카도 그 어떤 누구도 아닌, 죽어가는 노모와 단 둘 뿐인
텅 빈 박제에 불과하지만

 삶이 가능할 거라고 믿습니다 뻔뻔하게도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뱃속에서부터 그녀를 사랑해왔고
 두 번 다시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다시 무덤 속에서도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사슴처럼 뛰어다니는 그녀의 활기찬 육체는 어떻습니까
 가죽을 벗겨서라도 그것을 가지겠습니다

 독자들이여

 이 모든 집착과 거짓을 누가 멈출 수 있겠습니까
 오늘 밤은 그 어느 누구도 욕할 수 없어 나는 밟아도 꿈틀거리고
 끊어져도 꿈틀거리고 죽어서도 꿈틀거리는 위대한 사내가 되어

 변신을 내가 썼다고 말했습니다

 성주변을 맴돌며 언제까지라도 심판을 기다리겠다고……

 누가 진실을 알고 있습니까, 때가 되면 모든 안개와 어둠이 걷힐
거라고 어머니는 말하지만
 외할머니도 민들레 잎을 먹으며 죽어갔고 어머니도 민들레 잎을
먹으며 죽어가고 나 역시 민들레 잎에 몸서리치며 죽게 될 것입니다

 약혼자는 겁이 많은 여성이어서 내가 보낸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두려움에 떨고 있겠지요  

 참었던 숨을 길게 내쉬면 마음에 작은 구멍이 열리고
 톱연주를 듣는 밤은 어둡고 추한 나의 모습이 싫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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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
2010/04/26 15:47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어느 누구도 탄식이나 비난쯤으로 폄하하지 않기를,
기막힌 아이러니로 내게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오모함에 대한 나의 소회를.


신은 빛을 잃은 이 눈을,
꿈들의 도서관에서 여명이 그 열정에 굴복해
건네는 분별없는 구절들밖에 읽을 수 없는 이 눈을
책의 도시의 주인으로 만드셨네.


낮은 헛되이 무한한 책들을
두 눈 가득 선사하네.
알렉산드리아에서 스러져간
필사본들처럼 읽기 힘든 책들을.


(그리스 신화에서) 한 왕이
샘과 정원 사이에서 갈증과 배고픔으로 죽었지.
나는 이 높고 깊은 눈먼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정처 없이 떠도네.


벽들은 백과사전, 지도, 동양과
서양, 세기, 왕조,
상징, 우주와 우주기원론을
건네지만 모두 부질없다네.


도서관을 낙원으로 꿈꾸던 나는
그림자에 싸여 천천히,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텅 빈 어스름을 탐사하네.


우연이라는 말로는 정확하게 명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것들을 주재하네.
다른 누군가가 안개 자욱한 어느 오후에
이미 많은 책과 어둠을 건네받았네.


느릿한 복도를 배회할 때
나는 늘 성스러운 막연한 두려움으로
똑같은 날들에 똑같은 걸음을
옮겼을 이미 죽고 없는 타자임을 느끼네.


여럿인 나와 유일한 하나의 그림자,
둘 중에서 누가 이 시를 쓰는 것일까?
어차피 저주의 말이 쪼개질 수 없는 하나라면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무슨 상관이랴?


내가 그루삭이든 보르헤스이든,
나는 이 소중한 세상이
일그러져 꿈과 망각을 닮은 창백하고
막연한 재로 사위어가는 것을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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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
2010/01/19 13:55
네가 이타가로 가는 길을 나설 때,
기도하라, 그 길이 모험과 배움으로 가득한
오랜 여정이 되기를.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
포세이돈의 진로를 두려워마라.
네 생각이 고결하고
네 육신과 정신에 숭엄한 감동이 깃들면
그들은 네 길을 가로막지 못하리니.
네가 그들을 영혼에 들이지 않고
네 영혼이 그들을 앞세우지 않으면
라이스트리곤과 키클롭스와 사나운 포세이돈
그 무엇과도 마주치지 않으리.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크나큰 즐거움과 크나큰 기쁨을 안고
미지의 항구로 들어설 때까지,
네가 맞이할 여름날의 아침은 수없이 많으니.
페키니아 시장에서 잠시 길을 멈춰
어여쁜 물건들을 사거라,
자개와 산호와 호박과 흑단
온갖 관능적인 향수들을.
무엇보다도 향수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최대한.
이집트의 여러 도시들을 찾아가
현자들에게 배우고 또 배우라.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콘스탄티노스카바피***
 



*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식인 거인족.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
*** 1863~1933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그리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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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를 붙여 보자면
모험을 떠나는 모든 오디세우스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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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
2009/10/20 22:03
시간과 물결의 강을 주시하며
시간이 또다른 강임을 상기하는 것,
우리들도 강처럼 스러지리라는 것과
얼굴들이 물결처럼 스쳐감을 깨닫는 것.

불면은 꿈꾸지 않기를 꿈꾸는
또다른 꿈임을,
우리네 육신이 저어하는 죽음은
꿈이라 칭하는 매일 밤의 죽음임을 체득하는 것.

중생의 나날과 세월의 표상을
모년 혹은 모일에서 통찰해 내는 것,
세월의 전횡을
음악, 속삭임,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에서 꿈을 보는 것,
낙조에서 서글픈 황금을 보는 것.

가련한 불멸의 시는 그러한 것.
시는 회귀하나니, 여명과 일몰처럼.

이따금 오후에 한 얼굴이
거울 깊숙이서 우리를 응시하네.
예술은 우리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경이에 지친 율리시즈는
멀리 겸허한 초록의 이타게가 보였을 때
애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
예술은 경이가 아니라 초록의 영원인 그 이타케.

예술은 또한, 나고 드는
끊임없는 강물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강물처럼, 본인이자 타인인
유전하는 헤라클레이토스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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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
2009/03/31 22:43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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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랑.
가난한 시인의 사랑노래

이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언제였는지 기억나질 않는다.
백석 시집을 구입했을때 이미 나는 이 시를 알고 있었다.

시를 읽고 상상을 해본다.
겨울 , 눈이 푹푹 나리는 밤, 어느 작은 선술집
나무창살로 된 미닫이 유리문 옆에 작은 테이블이 있고 그곳에 한 남자가 앉아있다.
소주 한병과 반쯤 채워진 소주잔을 앞에두고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를 떠올리며 시를 읊조린다
나는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한다,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눈이 푹푹 나리는 겨울밤.


내가 아는 한국시 중 최고의 사랑노래가 아닐까 싶다.
오, 사랑.

푹푹 나리는 눈과 흰 당나귀는 백석이라는 이름과 참 잘어울린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과 나타샤와 흰 당나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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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흥:)
2008/12/21 22:37


하나의 전쟁이 끝난 뒤엔
누군가가 청소를 해야 해.
대충대충 하는 청소도
저절로 되진 않거든.

시체로 가득 찬 수레가
지나갈 수 있도록
길가의 잔해들을
밀어내야 해.

비틀 비틀 걸어가야만 해.
진흙과 재
소파의 스프링
이 빠진 유리그릇, 그리고
피에 젖은 헝겊 속으로.

벽을 받칠
통나무를 끌고 가고
창에 유리를 끼우고
돌쩌귀에 문을 달아야 해.

이젠 사진을 잘 받지도 않고
세월도 많이 흘러가야 해.
모든 카메라는 이미
다른 전쟁터로 떠나버렸어.

다리는 다시 세워져야 하고
역도 다시 지어야 해.
헤어진 소맷자락 사이로
팔을 걷어붙이고서.

손에 빗자루를 든 채 한 사람이
이전에 어떠했었나를 회상하면,
다른 사람은 날아가지 않은
머리를 끄덕이며 듣겠지.
그러나 어느새 이들 주위로
그것을 지루하게 여길 사람들이
다가오기 시작하네.

어떤 이는 아직도 가끔
떨기나무 아래서
퀘퀘묵어 녹슨 논쟁을 파내서는
쓰레기 더미로 가져가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이들은
이 자리를 내 줘야 해.
아는 것이 적고
적은 것보다 더 적고
결국엔 아무것도 모르는 이에게.

원인과 결과가 고루 덮인 풀밭엔

누군가가 이삭을 입에 문 채
무심히 구름을 바라보아야 해.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 모래알갱이가 있는 풍경 중,  끝과 시작

시를 읽으며 이라크 전쟁을 떠올렸어.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 구분이 안가던 그 곳. 
자신의 혹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선이라 외치는 이가, 무서운 절대 악.

문득 스치는 생각 하나,
모두 다 한통속 짜고치는 놀음판이라면?
석유던, 테러던, 핵이던.
죽어가던 평범한 사람들.

주인과 객이 제대로 바뀌어버린
그곳, 그상황.

Posted by 어흥:)
2008/12/04 00:35

천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형제보다 더 가까이 네 곁에 머물 것이다.

생의 절반을 바쳐서라도 그런 사람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너를 발견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너를 바라볼 것이다.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언제까지나 너의 친구로 남으리라.

세상 모두가 너에게 등을 돌릴지라도.

 

 

그 만남은 목적이나 겉으로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너를 위한 진정한 만남이 되리라.

천 사람 중의 구백아흔아홉사람은 떠나갈 것이다.

너의 표정과 행동에 따라, 또는 네가 무엇을 이루는가에 따라.

그러나 네가 그 사람을 발견하고 그가 너를 발견한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문제가 아니리라

그 천 번째 사람이 언제나 너와 함께 물 위를 헤엄치고

물속으로도 기꺼이 가라앉을 것이기에.

 

 

때로 그가 너의 지갑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넌 더 많이 그의 지갑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

많은 이유를 대지 않고서도

그리고 날마다 산책길에서 웃으며 만나리리.

마치 서로 빌려 준 돈 따위는 없다는 듯이.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거래할 때마다 담보를 요구하리라.

하지만 천 번째 사람은

그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더 가치가 있다.

너의 진실한 감정을 그에게는 보여 줄 수 있으므로.

 

 

그의 잘못이 너의 잘못이요,

그의 올바름이 곧 너의 올바름이 되리라.

태양이 비칠 때나 눈비가 내릴 때나.

구백아흔아홉 사람은 모욕과 비웃음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 천 번째 사람은 언제나 네 곁에 있으리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루디야드 키플링-


사랑하는 유선이에게.
2006.12.25 23:29

Posted by 어흥:)
2008/11/03 01:38

1
그 해 늦봄 아버지는 유리병 속에서 알약이 쏟아지듯 힘없
이 쓰러지셨다. 여름 내내 그는 죽만 먹었다. 올해엔 김장을
조금 덜 해도 되겠구나. 어머니는 남폿불 아래에서 수건을 쓰
시면서 말했다. 이젠 그 얘긴 그만하세요 어머니. 쌓아둔
이불에 등을 기댄 채 큰누이가 소리질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우들마다 웬 바람이 이렇게 많이 들었을까. 나는 공책을
덮고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어머니.잠바 하나 사주세요.
스펀지마다 숭숭 구멍이 났어요. 그래도 올 겨울은 넘길 수
있을 게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실 거구. 풍병(風病)에
좋다는 약은 다 써보았잖아요. 마늘을 까던 작은누이가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지만 어머니는 잠자코 이마 위로 흘러내리는
수건을 가만히 고쳐매셨다.


2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
요. 나는 사료를 한 줌 집어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
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
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 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 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 봄에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담
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예요. 어머
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3
방죽에서 나는 한참을 기다렸다. 가을 밤의 어둠 속에서
큰누이는 냉이꽃처럼 가늘게 휘청거리며 걸어왔다. 이번 달
은 공장에서 야근 수당까지 받았어. 초록색 츄리닝 윗도리를
하나 사고 싶은데, 요새 친구들이 많이 입고 출근해. 나는
오징어가 먹고 싶어. 그건 오래 씹을 수 있고 맛도 좋으니
까. 집으로 가는 길은 너무 멀었다. 누이의 도시락 가방 속에
서 스푼이 자꾸만 음악 소리를 냈다. 츄리닝이 문제겠니. 내
년 봄엔 너도 야간고등학교라도 가야 한다. 어머니. 콩나물
에 물은 주셨어요? 콩나물보다 너희들이나 빨리 자라야지.
엎드려서 공부하다가 코를 풀면 언제나 검뎅이가 묻어나왔다.
심지를 좀 잘라내. 타버린 심지는 그을음만 나니까. 작은누
이가 중얼거렸다. 아버지 좀 보세요. 어떤 약도 듣지 않았잖
아요. 아프시기 전에도 아무것도 해논 일이 없구. 어머니가
누이의 뺨을 쳤다. 약값을 줄일 순 없다. 누이가 깎던 감자
가 툭 떨어졌다. 실패하시고 나서 아버지는 3년 동안 낚시질
만 하셨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너희들을 건졌어. 이웃 농장
에 가서 닭도 키우셨다. 땅도 한 뙈기 장만하였댔었다. 작은
누이가 마침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때 아버지는 채소
씨앗 대신 알약을 뿌리고 계셨던 거예요.


4
지나간 날들을 생각해보면 무엇하겠느냐. 묵은 밭에서 작
년에 캐다 만 감자 몇 알 줍는 격이지. 그것도 대개는 썩어
있단다. 아버지는 삽질을 멈추고 채마밭 속에 발목을 묻은 채
짧은 담배를 태셨다. 올해는 무얼 심으시겠어요? 뿌리가 질
기고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심을 작정이다.
하늘에는 벌써 티밥 같은 별들이 떴다. 어머니가 그만 씻으
시래요. 다음날 무엇을 보여주려고 나팔꽃들은저렇게 오므
라들어 잠을 잘까. 아버지는 흙 속에서 천천히 걸어나오셨다.
봐라. 나는 이렇게 쉽게 뽑혀지는구나. 그러나, 아버지. 더
좋은 땅에 당신을 옮겨 심으시려고.


5
선생님. 가정방문은 가지 마세요. 저희 집은 너무 멀어요.
그래도 너는 반장인데. 집에는 아무도 없고요. 아버지 혼자,
낮에는요. 방과 후 긴 방죽을 따라 걸어오면서 나는 몇 번이
나 책가방 속의 월말고사 상장을 생각했다. 둑방에는 패랭이
꽃이 무수히 피어 있었다. 모두 다 꽃씨들을 갖고 있다니. 작
은 씨앗들이 어떻게 큰 꽃이 될까. 나는 풀밭에 꽂혀서 잠을
잤다. 그날 밤 늦게 작은누이가 돌아왔다. 아버진 좀 어떠
시니. 누이의 몸에서 석유 냄새가 났다. 글쎄, 자전거도 타
지 않구 책가방을 든 채 백 장을 돌리겠다는 말이냐? 창문
을 열자 어둠 속에서 바람에 불려 몇 그루 미루나무가 거대
한 빵처럼 부풀어오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날, 상
장을 접어 개천에 종이배로 띄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
았다.


6
그 해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렸다. 아버지, 여전히 말씀도
못 하시고 굳은혀. 어느 만큼 눈이 녹아야 흐르실는지. 털실
뭉치를 감으며 어머니가 말했다. 봄이 오면 아버지도 나으신
다. 언제가 봄이에요. 우리가 모두 낫는 날이 봄이에요? 그
러나 썰매를 타다보면 빙판 밑으로는 푸른 물이 흐르는 게 보
였다. 얼음장 위에서도 종이가 다 탈 때까지 네모반듯한 불
들을 꺼지지 않았다. 아주 추운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해
바라기 씨앗처럼 동그랗게 잠을 잤다. 어머니 아주 큰 꽃을
보여드릴까요? 열매를 위해서 이파리 몇 개쯤은 스스로 부
숴뜨리는 법을 배웠어요. 아버지의 꽃 모종을요.보세요 어
머니. 제일 긴 밤 뒤에 비로소 찾아오는 우리들의 환한 家系
를. 봐요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는 저 冬至의 불빛 불빛 불빛.



위험한 家系·1969 -기형도-

Posted by 어흥:)
2008/11/03 01:34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2005.01.25

Posted by 어흥:)
2008/11/03 01:32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저자는
의심할 여지없이 불행한 생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그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 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흔해빠진 독서 -기형도-

2004.10.28

Posted by 어흥:)
2008/11/03 01:29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빈집 - 기형도-

2004.11.18


Posted by 어흥:)
2008/11/03 01:26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엄마걱정 -기형도-





Posted by 어흥:)
2008/10/25 15:24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사랑을 목발질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대보름의 달이여
올해에는 정말 멋진 연애를 해야겠습니다
모두가 불 속에 숨어 있는걸요?
돌리세요,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꿩을 위해
돌리세요, 술래
는 잠을 자고 있어요
헛간 마른 짚 속에서
대보름의 달이여
온 동네를 뒤지고도 또
어디까지?

아저씨는 불이 무섭지 않으셔요?


쥐불놀이 ---겨울 版畵5
-기형도-



200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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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목발질 하며 나는 살아왔구나
이부분에 목이 콱 막혔었지,

돌려도 됩니까 어른이?
어른이 돌려도 됩니까?
사랑에 자신없어 하는 시인의 모습이 
그때의 나와 비슷했었어. 공감이랄까.
연애라, 시인은 그 누군가를 잘 찾았을까?





참고로
아가씨는 불이 무서워요 
오늘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어요.


Posted by 어흥:)
2008/10/25 14:56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 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 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례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 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그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입속의 검은 잎 -기형도-

                                               200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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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를 처음 알게 된 시, 2004년경의 어느날 퇴근후 언제나 그렇듯 영풍문고로 넘어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한국시 코너에서 처음 발견했다.

입속의 검은 잎, 일단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책과 영화를 고를때 제목에 집착한다. 제목이 마음에 들면 그냥 주저 않고 선택하는 편이다. 그렇게 해서 좋았던 경우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헌데 기형도의 경우 굉장히 성공한 경우이고, 이런 숨겨진 발견의 기쁨 때문에 제목에 대한 집착은 오늘도 여전한가보다.


기형도의 입속의 검은 잎은, 내가 아는 시들의 모습과 다른 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같은 발음이지만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입과 잎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것과  시자체의 분위기.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는 것은 어렴풋 느낄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는 몰랐다. 시가 518을 배경으로 한 것인지는 검색으로 알았고, 2004년 나는 시에서 나오는 '그'를 박정희로 해석을 했다.

물론, 내가 틀렸을 수도 있다. 지금도 맞는지 틀렸는지 잘은 모른다. 나는 국어와 문학을 전공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국어와 문학에 대한 공부는 고등학교 이후 졸업을 한 상태이다. 
시를 접했을 무렵 간혹 들려 수다를 떨던 세이클럽 문학채널에서는 기형도가 죽었기 때문에 유명해졌고 그래서 내가 좋아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아해들이 있었다. 내가 기형도를 처음 접했을 때에는 난 그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랐다. 얼마전에는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아해도 간혹 있더라.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라. 처음 기형도를 발견했을때 그는 한국시 한켠에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었으니까.

기형도가 어둡기만 하다는 말은
하루중 낮과 밤중에 밤이 없다고,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 그림자가 없다고?
라는 말과 같다고 본다. 

기형도는 입속의 검은 잎 외에도 좋은시가 많다.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자살을 했느니 마느니, 씨니컬이 전부니 하면서
기형도 까지마라,

네가 누구던,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시에 관심을 갖게 한적이 있었나?



...



Posted by 어흥:)
2008/10/22 21:02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 속에서 무럭무럭 푸른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나무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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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27


난 나무를 꿈이라고 해석했었지.
그렇게 다가왔어 이 시는. 물론 틀렸을지도 몰라.
하지만 시라는 것은, 시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나름이라고 본다.


모두다 내 꿈을 죽은 꿈이라고 해도
나는 죽은 꿈은 아니라고 했어.
그날밤 나는 꿈을꾸었지
무럭무럭 자라 나가는 내 꿈들을 보았어.

나는 다시 사람들에게 말했어
내꿈은 죽은 꿈이 아니라고 말이야.





Posted by 어흥:)
2008/10/22 20:56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읍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읍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 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읍니다.



자화상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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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06

미웠다가, 가엾다가, 그리웠다가를 반복하는
자기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
미웠다가도, 가엾다가도, 그리웠다가도 말이지.

가을이었구나,
윤동주도 가을 탔나,

이런 멋진 시를 쓴 사람이라면
좀더, 자기 자신을 괜찮게 표현해도 좋았을꺼야
물론 이런 것이 남겨질 것을 예상하고 쓰진 않았을테지만

멋지다가, 대단하다가, 부럽다가
라고 할께요 나는

윤동주 최고.



 
Posted by 어흥:)
2008/10/22 20:48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귀천(歸天)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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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0.27 포스팅,
시인은 소풍끝내고, 잘 돌아갔을까?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었으리라.



Posted by 어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