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에 해당되는 글 145건
- 2012/01/16 화사한 폭력 -김승일-
- 2011/12/23 히스테리아 -김이듬-
- 2011/12/20 시체가 되다 -김행숙-
- 2011/12/20 당신과 당신 -김행숙-
- 2011/12/19 -
- 2011/10/29 호르몬그래피 -김행숙-
- 2011/07/08 망각은 없다 - 진은영 -
- 2011/07/08 사람들은 아파트의 어디에 큰 개를 기르는가 - 이원 -
- 2011/07/04 내 워크맨 속 갠지스
- 2011/02/26 쓸쓸해서 머나먼
- 2010/11/25 프란츠 카프카 -오규원-
- 2010/11/16 당분간은 말줄임표
- 2010/10/04 베트남 맛있는 하노이
- 2010/09/29 네팔 아이들 하교길, 카트만두 더르바르 스퀘어
- 2010/09/29 한 남자가 간다 - 이원 -
- 2010/09/28 검고 불룩한 TV와 나 -이원-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 중
- 2010/09/28 다섯 살을 떠나며 -김행숙- 이별의 능력 중
- 2010/09/28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 이성복 아포리즘 중,
- 2010/08/21 골라준 문장들
- 2010/07/09 지식채널e - 나는 피카소다
이 인간을 물어뜯고 싶다 달리는 지하철 안에서 널 물어뜯어 죽일
수 있다면 야 어딜 만져 야야 손 저리 치워 곧 나는 찢어진다 찢어질
것 같다 발작하며 울부짖으려다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른다 심호흡
한다 만지지 마 제발 기대지 말라고 신경질 나게 왜 이래 팽팽해진 가
죽을 찢고 여우든 늑대든 튀어나오려고 한다 피가 흐르는데 핏자국
이 달무리처럼 푸른 시트로 번져가는데 본능이라니 보름달 때문이라
니 조용히 해라 진리를 말하는 자여 진리를 알거든 너만 알고 있어라
더러운 인간들의 복음 주기적인 출혈과 복통 나는 멈추지 않는데 복
잡해죽겠는데 안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인간들 나는 말이야 인싸이
더잖아 아웃싸이더가 아냐 넌 자면서도 중얼거리네 갑작스런 출혈인
데 피 흐르는데 반복적으로 열렸다 닫혔다 하는 큰 문이 달린 세계 이
동하다 반복적으로 멈추는 바퀴 바뀌지 않는 노선 벗어나야 하는데
나가야 하는데 대형 생리대가 필요해요 곯아떨어진 이 인간을 어떻게
하나 내 외투 안으로 손을 넣고 갈겨쓴 편지를 읽듯 잠꼬대까지 하는
이 죽일놈을 한방 갈기고 싶은데 이놈의 애인을 어떻게 하나 덥석 목
덜미를 물고 뛰어내릴 수 있다면 갈기를 휘날리며 한밤의 철도 위를
내달릴 수 있다면 달이 뜬 붉은 해안으로 그 흐르는 모래사장 시원한
우물 옆으로 가서 너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나는 누구를 책망할 것인가, 말 것인가. 나는 누구의 뒷모습을 가리킬 것인가, 말 것인가. 몇몇 얼굴들이 떠오른다. 얼굴은 얼굴을 부른다. 은희는 정희의 언니가 아니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소년탐정 김전일 왈, 살해당한 사람은 스스로 범인을 지목하지. 범죄의 재구성은 김전일의 창작노트다. 나는 시체 B, 나를 바라보는 김전일은 이마에 주름을 만든다. 시체들은 마지막 표정을 검은 항아리의 문양처럼 소장한다. 추리는 달빛같이 은은하게 시작된다. 김전일은 다음날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간다. 곧 여름방학이다. 은희는 정희의 언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앉은듯이, 나는 깊숙이 패어 있다. 더러운 피는 깨끗해지지 않고 심장은 더 이상 나의 음악이 아니다. 나는 다른 온도에 속하게 되었다. 나는 의문의 연속. 너의 손에 쥐어진 엉뚱한 열쇠. 열쇠를 바꿀 수 없다면 문을 바꿔라. 오우케이? 나는 아무 데서 멈추었다.
시체의 감정은 얼굴 표면에 구겨지거나 펴지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시체는 말이 없다.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오늘은 시체가 된 이후 두번째 보름달이 뜬 날이다. 달빛. 달빛.
너희들은 커플링 같구나
나는 당신을 끼고
당신은 당신을 끼고
비스듬한 오후에는 다같이 비스듬하게
정면으로 오는 차는 정면으로 충돌하고
연인들의 짧은 이름은 폭죽
대낮을 배경으로
내가 아는 연인들의 가장 긴 이름은 일주일 후에 시작된다
나의 에세이에는 주제가 없고
나에겐 이름이 없다
없는 것들의 목록을 당신과 당신이
당신과 당신을 우르르 탕탕 노래하고
저 난동을 어린이집처럼 지켜보는구나
조용해진 당신과 당신은 W와 w
사이사이에 모가지 없이 서 있구나
나는 당신을 당기고
당신은 당신을 당기고
우리들은 나누어 가진다, 천진하게
당신과 당신은 공연에 참여한다
거짓말을 할 때도 천진하게
당신에게 젖줄을 대고 흘러온 저는 소양강 낙동강입니다. 노 없는 뱃사공입니다. 어느 곳에 닿아도 당신이 남자로서 부르면 저는 남자로서
당신이 여자로서 부르면 저는 여자로서 몰입하겠습니다. 천국과 지옥의 세번째, 네번째, 일곱번째 사다리에서 거지가 될 때까지 카드를 만지겠습니다. 녹초가 되게 하세요. 호르몬이여,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로 눈꺼풀을 내리시고
제 꿈을 휘저으세요. 당신의 영화관이 되겠습니다. 검은 스크린이 될 때까지 호르몬이여, 저 높은 파도로 풍경과 표정을 섞으세요. 전쟁같이 무의미에 도달하도록
신성한 호르몬의 샘에서 영원히 반짝이는 신호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망각은 없다
세상에서 나를 제일 증오하던 이가 죽었다
그는 다시 태어나 내 몸이 되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했던 이가 죽어
그는 강이 되었다
그는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부드러운 머릿결이
모든 계절에 과일과 별의 향기를 뿌리며 네 개의 강으로
지나갔다
어린 시절 읽었던 천일야화 속에서 어느 왕국의 사람들은
모두 물고기가 되었다
그들은 물을 따라 허락 없이 흘러 다녔다 그래서
세상에서 강을 제일 증오하던 왕이 있었다
그는 죽었다
태어나 정치가가 되었다
세상에서 강을 제일 증오하던 왕이 있었다
나는 죽었다 다시 태어나
그를 정치가로 만들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것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
거기는 나의 정오, 나의 자정
나의 꿀, 나의 담즙, 나의 거기
어린시절 천일야화 속에서 어느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물고기가 되었다 강은 죽었다가
곧 태어나 내 몸이 되어 올 것이다
신비한 질병과 미지의 악취를 릴레이 주자의 날쌘 팔다리처럼
달고서
어떤 시절에 어느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물고기였다 한때 그들은 제 생각을 따라
텅 빈 광장으로 물처럼 흘러갔다
사람들은 아파트의 어디에
큰 개를 기르는가
사람들이 큰 개를 끌고 나온다 사람들은
아파트의 어디에 큰 개를 기르는가 허공
에게 아파트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큰 나
무의 꼭대기와 나란하게 떠 있는 곳에서
개들은 개들의 표정을 어디에 숨겨두는
가 투신의 표정이 붐비는 아파트의 풀밭
은 무성하다 수백 개의 서랍이 꿈틀거리
는 몸뚱이를 보았다니까요 밖으로 열리
는데 밖에서 잠기기도 한다니까요 길들
여진다는 것은 목소리가 없어진다는 것
항상 같은 비밀번호를 눌러야 문은 열린
다는 것 개들은 가지런하고 윤기 나는
털들과 같은 한 가지 표정을 가진다 목
소리가 없어진다는 것은 여전히 목소리
가 나오는 줄 알고 턱관절을 움직이는
것 먹을 것만 내밀면 침을 질질 흘리는
것 아파트가 한 자세로 있을 수 있는 것
은 허공이 자세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개들이 공원의 풀밭을 걷는다 네 다리와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 하이힐 포즈는 아
파트가 가르쳐주었죠 개들은 관대하고
관능적이다 개들의 항문을 졸졸졸 사람
들이 따라간다 뾰족뾰족 잘린 발가락이
수도 없이 펼쳐진 풀밭 뼈에서 살만 바
르듯이 바람이 오른쪽으로 훑는다 입을
크게 벌리며 흰 개가 달리기 시작한다
똑같은 포즈로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누
런 개를 향해 가지런한 털 밑에 숨겨두
었던 표정들이 솟아오른다 목소리가 없
어진 줄 모르는 개들에게 끌려 목소리가
없어지지 않은 줄 아는 사람들이 달린다
마주 선 개는 입을 점점 크게 벌리면서
서로에게 달라붙으려 한다 애타게 짖는
데 짖는 시늉이 된다 더 크게 짖어라 얼
굴이 밖으로 흘러넘치도록 볼륨은 이미
0에 맞춰져 있다
목줄을 잡아챈 사람들이 큰 개를 끌고
보도블록을 지나 아파트로 돌아온다 길
들여진다는 것은 금방 다시 관대해지는
것 보도블록을 걸으며 개들은 뼈를 털
속으로 정돈한다 보도블록은 왜 자꾸 교
체되는가 보도블록의 무늬는 어디까지
반복되는가 큰 개도 보도블록도 신호등
도 말이 없다 목소리는 어떻게 말을 만
들어낼 수 있나요 아파트는 허공의 목소
리가 만들어낸 허공의 가설이어서 앨리
베이터가 멈출 때마다 개와 사람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불빛을 쌓아올린다 쌓
는 순간 무너질 운명을 새로 가지게 된
단다 그래도 목소리는 어떻게 말을 만들
어낼 수 있나요 허공은 관대하고 관능적
이다 목소리가 제거된 개들은 허공에서
배운다 머리를 치켜세우고 목을 쭉 뽑고
울지 말아라 교양인은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법이란다 교양견은 소리 내어 울지
않는 법이란다 눈부시게 추락하는 꽃들
저것이 꽃나무의 목소리다
내 워크맨 속 갠지스 -김경주-
외로운 날엔 살을 만진다
내 몸의 내륙을 다 돌아다녀본 음악이 피부 속에 아직
살고 있는지 궁금한 것이다
열두 살이 되는 밤부터 라디오 속에 푸른 모닥불을 피
운다 아주 사소한 바람에도 음악들은 꺼질 듯 꺼질 듯 흔
들리지만 눅눅한 불빛을 흘리고 있는 낮은 스탠드 아래서
나는 지금 지구의 반대편으로 날아가고 있는 메아리 하나
를 생각한다
나의 가장 반대편에서 날아오고 있는 영혼이라는 엽서
한 장을 기다린다
오늘 밤 불가능한 감수성에 대해서 말한 어느 예술가의
말을 떠올리며 스무 마리의 담배를 사오는 골목길에서 나는
이 골목을 서성거리곤 했을 붓다의 찬 눈을 생각했는지
모른다 고향을 기억해낼 수 없어 벽에 기대 떨곤 했을, 붓
다의 속눈썹 하나가 어딘가에 떨어져 있을 것 같다는 생
각만으로 나는 겨우 음악이 된다
나는 붓다의 수행 중 방랑을 가장 사랑했다 방랑이란
그런 것이다 쭈그려 앉아서 한 생을 떠는 것 사랑으로 가
슴으로 무너지는 날에도 나는 깨어서 골방 속에 떨곤 했
다 이런 생각을 할 때 내 두 눈은 강물 냄새가 난다
워크맨은 귓속에 몇천 년의 갠지스를 감고 돌리고 창틈
으로 죽은 자들이 강물 속에서 꾸고 있는 꿈 냄새가 올라
온다 혹은 그들이 살아서 미처 꾸지못한 꿈 냄새가 도시
의 창문마다 흘러내리고 있다 그런데 여관의 말뚝에 매인
산양은 왜 밤새 우는 것일까
외로움이라는 인간의 표정 하나를 배우기 위해 산양은
그토록 많은 별자리를 기억하고 있는지 모른다 바바게스
트 하우스 창턱에 걸터앉은 젊은 붓다가 비린 손가락을
물고 검은 물 안을 내려다보는 밤, 내몸의 이역(異域)들
은 울음들이었다고 쓰고 싶어지는 생이 있다 눈물은 눈
속에서 가늘게 떨고 있는 한 점 열이었다
-MENU-
샤를르 보들레르 800원
칼 샌드버그 800원
프란츠 카프카 800원
이브 본느프와 1000원
에리카 종 1000원
가스통 바슐라르 12000원
이하브 핫산 12000원
제레미 리프킨 1200원
위르겐 하버마스 1200원
시를 공부하겠다는
미친 제자와 앉아
커피를 마신다
제일 값싼
프란츠 카프카
요새는 말줄임표를 쓰고 있다 달리 할말이 없기 때문이다 귀찮기도 하고
S가 그것을 안간힘이라고 표현한 것을 언뜻 보았다 만약 그것이 나에 대하여 말한 것이라면 내가 본 S가 맞는 것이다.
먹족이 잘난 것과 인성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말줄임표. 말의 폭력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신문도 블로그도 댓글도 트위터도
내게 다가와 꽂히는 문장과 단어들, 누군가에게 다가가 꽂힐 말들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말을 섞는 일이 부담스러워져 말을 아끼는 중이다
언제까지일지는 나도 모른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건 비아호이, 케밥, 한식과 흡사한 현지식당
비아호이 좌판에는 마른오징어를 구워 파는 상인도 있었어. 냄새맡고 좋아서 기절할뻔
에.. 쌀국수도 있었고, 뭣모르고 시켰다가 줄행랑 친 개고기 국수도 있었다;
라오스에서 넘어간 베트남 맛있는게 많아서 다닐만 했던 것 같아
물론 지금와 생각하니 그렇지 처음에는 베트남 무서웠어. 호전적인 사람들이 가득한 베트남.
소매치기에 호객행위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강렬한 첫인상.
녀석들 저렇게 머리끄뎅이 잡고 장난치다 서로 싸우고 울고 그랬다 ㅋㅋ
권력의 실세 혹은 반장은 계속 혼자 사진 찍기를 원했다. 해서 찍어줬다. 이녀석의 표정변화가 재밌다
귀여워라 녀석들
반장은 언제나 혼자 찍길 원했다. 앞의 아이에게 자기만 찍을꺼라고 윽박질렀다. 물론 눈치로 알아들었다.
앗녕 얘들아. 나는 너희를, 너희는 나를 구경하는구나
반장의 미친존재감
반장 사실 너는 애들이랑 같이 찍는게 더 나아..그래야 안얼지 ㅋㅋ
하교길 해맑고 귀여운 네팔 꼬마들.
애들이 갈 기미를 안보이자 선생님이 불호령해서 델고감. 사진 어떻게 받을래? 메일주소 알려줘 라고 말했는데
내 말은 듣는둥 마는둥 하며 순식간에 사라진 아이들 ㅋㅋ 나도 넘어지느라 정신없어서.. 혹시 한국말로 했었나.. -_-a
그렇게 저장된 해맑은 아이들
오늘 네팔이란 단어가 툭 튀어나와 탄력받아 업로드
아쥐고 걸어간다 비닐봉지는 내내 마르지 않을 슬픔
처럼 남자의 발 근처까지 죽 늘어진다 비닐봉지의 숨
통을 말아쥔 손은 부드럽다 단호하다 무엇이 숨통을
조이는지 남자 위의 어둑어둑해지는 허공에도 오래된
입가처럼 주름이 진다 주름 속이 가파르다 격렬하다
안이 보이지 않는 비닐봉지가 어둠에서 어둠으로 흔들
린다 시계추처럼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흔들린다 지금
만 텅 빈다 남자는 흔들리는 허공에서 흔들리는 허공
으로 걸어간다 서서히 숨통이 조여가는 남자는 그림자
를 성의처럼 길게 끌고 소란한 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오른발과 왼발을 꼬박꼬박 번갈아 내디딘다 불빛이
남자의 그림자 끝을 밟는다 비닐봉지와 바닥 사이의
좁은 틈에서 소음과 음악이 터진 창자처럼 뒤섞인다
남자는 여전히 썩지 않는 비닐봉지를 쥐고 걸어간다
무엇이 손을 고쳐 쥐고 있는지 공기들이 일제히 제 살
을 새 모양으로 깎는다 몸 밖에 발자국을 찍은 적이 없
었던 남자의 발이 들어 올렸던 길을 갑자기 툭 놓는다
-------------------------------------------------------------------
해가 질 무렵이면 대문 앞에 서서 검은 비닐봉지를 든 아버지를 기다렸었어.
1
1990년산 TV와
1968년산 나는 어둠 속에 있다
(낙타와 시간은 사막에 그냥 두고 왔다)
달빛이 흐릿하게 묻은
1990년산 TV와
1968년산 내 몸은 검고 불룩하다
1968년산 나는 쭈구리고 앉아
1990년산 TV를 영혼처럼 들여다본다
2
1990년산 TV와 1968년산 나. 생산년도가 있는 것들.
제품번호가 붙여진 것들. 뜨거운 것들. 뭉클거리는
것들. 어쩌자고 내 몸속에서 꺼지지 않는 TV. 내 몸
에게로 나를 송출하는 TV. 난지도 TV. 검고 불룩한
달 속의 물. 물속의 몸. 열 수 없는 우물. 끌 수 없는
창.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들. 퍼덕거리는 것들
3
내 몸속엔 20년 전 죽었다는, 썩지 않는 풍문의 아버
지가 하나. 녹슨 삽 하나. 녹슨 눈물 한 방울. 고철로
구겨진 발 둘. 뼈와 쇠숟가락. 모래로 채워진 산양의
눈 둘. 깨진 거울. 비닐봉지. 지는 별. 지는 봄. 지는
봄의 등에 걸린 지는 해. 수평선을 넘지 못하는 해
속의 물. 돌밭. 한밤의 검고 불룩한 TV. TV에 병렬
케이블로 연결된 무덤이 둘. 또 둘
누나, 다섯 살은 완벽한 나이입니다. 나를 좀 보아
요. 그리운 나를. 다섯 살에서 다섯 살까지 늙어버린
나를 좀 보아요. 기분 나쁜 기침소리가 내게서 울려
퍼지고 있어요. 세상은 아파트 13층 베란다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커다란 아버지가 나를 거꾸로 들고 서
있어요. 다섯 살이 하는 실수는 언제나 세상처럼 커요.
그곳은 허공입니다. 나는 떠 있어요. 새는 공중에서
멈출 수 있나요? 그곳에서 전부를 보았습니다.
흑흑흑, 흑색의 아버지는 가장 고요한 침대가 되었
습니다. 나는 매일같이 아버지의 침상에서 기도를 드
린답니다. 매일같이, 매일같이, 그것은 참으로 고독
하고 열정적인 리듬입니다. 눈을 감는 것이 정녕 휴
식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는 입술만으로 한
달째 떨고 있어요. 아버지의 소원은 죽는 것입니다.
한 달째 그렇게 나를 꼬시고 있어요. 나는 외면하고
있어요. 아직 나의 기도가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떨림은 분명히 음악이에요. 누나, 그렇게 믿어요.
……. 나는 겁이 나니 동생들처럼 과일 바구니 속에
넣어줘요. 강물에 띄워줘요. 복숭아 냄새, 사과 냄새
를 낼게요. 나는 검은 포도즙 한 방울 흘릴 수 있어
요. 나는 다섯 살. 아주 먼 나라로 가서 훌륭한 젊은
이가 되어요. 누나는 더 아름다워져요.
과자의 집, 술의 집, 자매의 집, 노인의 집, 사랑의
집은 비슷한 모양으로 지어져서 나는 우편물을 잘못
배달했을지도 모르는데 …… 아무렇지 않아도 되는
걸까. 얘들아, 갈까마귀들아, 나는 내 동생을 어디에
떨어뜨렸니? …/… 그래요. 나의 심부름꾼 누나, 언
제나 이곳은, 다시 이곳은 아니었어요. 그뿐입니다.
그리고 실수는 언제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해요.
그뿐입니다. 언제나 그뿐이에요. 그뿐. 누나를 사랑
해요. 오, 그리운 나의 누나,
헉, 우리들의 어머니는 미치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가 아버지를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
다. 그건 정녕 미칠 만한 일이었습니다. 다섯 살에서
다섯 살까지, 3월이 오면 뜨거운 눈사람처럼 끝까지
녹아버릴 작정입니다. 해마다 3월이 오면 나는 결심
하고 또, 또 결심해요. 나의 3월은 참담해요. 그러나
4월보다는 조금 낫고 5월보다는 훨씬 나아요. 5월의
식물들을 좀 보아요. 그들의 사생활은 깊고 이토록
어지러운 뿌리를 가져요. 초록은 은밀해요. 동물들은
훨씬 공공연하답니다. 그들은 술집에서 떠들어요.
누나, 우리들의 편지는 모두 불태워버립시다. 불과
연기는 언제나 밤을 아름답게 해요. 낙타처럼, 낙타
처럼, 다시 낙타처럼 누나를 멀리 떠나보내야 하는
나의 슬픔을, 천천히 떠나는 슬픔을 우리 멀리 떨어
져서 함께 장식하기로 합시다. 별과 별이 떨어져 있
듯이. 누나, 아버지는 영원히 한마디도 하지 못해요.
그것은 사실이요 나의 작은 진실입니다. 나는 우리
누나를 위해 조금만 더 허공에 매달려 반짝이리니.
맞딱드리게 되는 모든 상황에서 보이는 자연발생적이며 무의식적인 반응을 관찰하라. 무의식적인 반응들이야말로 재능을 보여주는 최고의 징표이다.
특히 인생의 어린시절에 느낀 열망은 재능일 가능성이 높다.
빠른 학습능력 또한 재능의 또 다른 징표다.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마치 두뇌에 줄지어 있는 스위치들이 한번에 켜지는 것처럼 확 밝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만족은 재능의 마지막 단서이다. 가장 뛰어난 재능들은 사용할 수록 기분이 좋아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골라준 문장들.
내 사랑.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여러분은 눈만 가지고 있으면 화가가 되고
귀만 있으면 음악가가 되고
가슴 속에 하프만 가지고 있으면
시인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천만에요 그 정반대 입니다.
예술가는 하나의 정치적 인물입니다.
어떻게 예술가가 다른 사람들의 일에 무관심할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