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에 해당되는 글 3건
- 2010/04/28 트루 (2)
- 2010/04/27 그딴게 시라고 (2)
- 2010/04/26 축복의 시 -보르헤스-
여행사진만 보면 여행뽐뿌질이오는구만. 타고난 역마살은 징허다. 진짜.
힘 닿는데까지 가능한한 많은 도시들의 화장실에다가 똥을 싸고 오겠다는 의지는 오늘도 여전함.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저런 표정을 자주 짓는 것을 깨달았다. 무의식 중에 입이 튀어나와있음.
하나.
저 게스트하우스에서 팔뚝만한 도마뱀을 보고 유기농메에군과 무서워서 벌벌 떨었었드랬지.
세상에는 성인남자 팔만한 도마뱀이 버젓이 존재한다.
두울.
"오빠, 모기가 왜 목 뒤에만 물지?"
"너도 그래? 나도 모기가 목 뒤쪽만 물었어."
나중에 우리는 알았드랬지. 모기가 아니라 빈대였다는 걸.
침대 시트와 베겟닢에 방울방울 맺혀있던 핏방울.
세엣.
4월 중순 몬순직전의 라오스 방비엥, 저방은 마치 불가마와 같아서 문을 따고 바로 들어갈 수가 없었지.
들어가면 숨이 콱콱 막혀서 문따서 열어놓고 밖에서 담배한대 피우고 환기시켜도 쉽게 발을 들일 수 없는 시무시무한 방.
이상한건 저 게스트 하우스에 2주나있었다는
너무 더워서 배낭메고 게스트 하우스 옮기기도 귀찮았다면 누가 믿을까.
뭐 이건 둘만 아는 트루들.
죽음앞에서 연노랑풍선을 주렁주렁 매달아 한껏 기교를 부렸다는 사실에 속이 메스꺼워진다. 아까 초저녁에 먹은 샌드위치가 위로 솟구쳐 오를 것 같은 느낌이다. 받아주지도 않았지만 안가길 백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읽혀지기 위해 발랄함을 무장한 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여럿의 죽음앞에 너무너무 발랄하셔서 이건 뭐. 아이의 목소리로 노래한다고 생각하니 목을 콱 조르고 싶다. 메일함 타고 들어가서 클릭한 내 손꾸락이 병신이지. 씨발. 어조와 단어들, 장난같지도 않은 말장난. 난장이구나. 난장판이야. 그딴게 시라고. 그 사람 입장이 되어 썼다는 글이 그모양이라고. 대단하다. 진짜. 잔잔한 슬픔 조까라 씨발.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어느 누구도 탄식이나 비난쯤으로 폄하하지 않기를,
기막힌 아이러니로 내게
책과 밤을 동시에 주신
신의 오모함에 대한 나의 소회를.
신은 빛을 잃은 이 눈을,
꿈들의 도서관에서 여명이 그 열정에 굴복해
건네는 분별없는 구절들밖에 읽을 수 없는 이 눈을
책의 도시의 주인으로 만드셨네.
낮은 헛되이 무한한 책들을
두 눈 가득 선사하네.
알렉산드리아에서 스러져간
필사본들처럼 읽기 힘든 책들을.
(그리스 신화에서) 한 왕이
샘과 정원 사이에서 갈증과 배고픔으로 죽었지.
나는 이 높고 깊은 눈먼 도서관의
구석구석을 정처 없이 떠도네.
벽들은 백과사전, 지도, 동양과
서양, 세기, 왕조,
상징, 우주와 우주기원론을
건네지만 모두 부질없다네.
도서관을 낙원으로 꿈꾸던 나는
그림자에 싸여 천천히,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텅 빈 어스름을 탐사하네.
우연이라는 말로는 정확하게 명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이것들을 주재하네.
다른 누군가가 안개 자욱한 어느 오후에
이미 많은 책과 어둠을 건네받았네.
느릿한 복도를 배회할 때
나는 늘 성스러운 막연한 두려움으로
똑같은 날들에 똑같은 걸음을
옮겼을 이미 죽고 없는 타자임을 느끼네.
여럿인 나와 유일한 하나의 그림자,
둘 중에서 누가 이 시를 쓰는 것일까?
어차피 저주의 말이 쪼개질 수 없는 하나라면
내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무슨 상관이랴?
내가 그루삭이든 보르헤스이든,
나는 이 소중한 세상이
일그러져 꿈과 망각을 닮은 창백하고
막연한 재로 사위어가는 것을 바라보네.